이처럼 민선 단체장들의 관행적 행사로 자리매김한 ‘시민과의 대화’에 순천시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21일 황전면을 시작으로 다음달 14일 상사면까지 24개 읍면동을 순회하면서 ‘시민과의 대화’를 갖기 시작하였다.

순천시에서 밝힌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2014년 ‘시민과의 대화’는 행정은 현장이 답이다라는 기저로 시민들을 직접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시정에 적극 반영할 계획으로, 더불어 시민과의 대화를 통해 지역민과 격의 없는 소통의 장을 마련, 시의 최대 현안사업을 안내하고 시민의견을 수렴하는 등 만사소통의 기회로 삼을 방침이며, 각 읍면동별 자체 특색에 맞는 주제를 선정하여 대한민국 대표 정원 도시 순천이 지향해 나갈 방향에 대해 열린 토론으로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

그런데 순천시내 모처에서 진행된 ‘시민과의 대화’ 장소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00여일 앞두어서 그런지 몰라도 마치 선거운동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시장은 물론, 미소 띤 얼굴로 인사하는 해당 지역구의 광역의회 의원과 기초의회 의원들, 얼굴도장을 찍으려는 예비후보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그 와중에 바쁜 일과를 잠시 뒤로 제쳐두고 시장에게 직접 민원을 토로하고자 하는 시민들은 생뚱맞은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마치 선거유세장을 방불케 하는 이런저런 빈(?) 인사가 지루하여 식상할 즈음 시작된 순천시에서 준비한 ‘시민과의 대화’는 많은 시간을 지난해 순천시가 거둔 업적을 자랑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한 소통행정’에는 시간이 부족하였다. 이에 한 시민은 “이게 만사소통이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한 소통행정이냐며”자리를 떠난다.

과거 역사에도 이와 유사한 경우로 조선시대의 기록에 미복잠행(微服潛行)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미복잠행은 군주가 민생을 살피기 위해 평상복 차림으로 다니던 일로, 왕은 미복잠행을 하면서 백성들의 생활을 살피며 이를 국정운영에 참고하는 일이 많았고, 백성들의 고충을 해결해주기도 하였다. 시민과의 대화 역시 시정을 책임지는 시장이 직접 민생현장에서 시민과 만나 시민생활과 밀접한 부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궁금증을 즉석에서 해소시킴으로써 시정에 대한 신뢰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원활한 시정운영은 물론 시민이 지닌 역량을 결집하여 지역발전을 위한 사회적 자본 형성에 의의를 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당 공무원의 과잉충성인지 시장의 계획된 의도인지 알 수는 없지만, 겉과 속이 다르고 업적 홍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정작 타이틀에서 말하는 ‘시민과의 대화’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면 ‘시민과의 대화’라는 말 대신 ‘시정홍보’라 이름을 바꾸어야 온당할 것이다.